'중국 도전 보고서'에서 찾은 화웨이 생존가능성
'미·중 급진 이혼' 대신 '경쟁자 육성'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현지 시각 24일(한국 시간 25일) 첫 내각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바이든과 가까운 학계·관계 전문가가 작성한 '중국 도전에 직면: 기술경쟁을 위한 미국의 새로운 전략' 보고서가 얼마나 새 행정부에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지난 16일 공개된 60쪽짜리 보고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거래제한 기업으로 올린 화웨이를 비롯한 중국 기술기업에 대한 전면 배제 전략을 버려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습니다. 보고서 저자는 "과학기술 생태계에서 미국·중국의 급격한 이혼을 쉽게 실현할 수 없고, 이득보다는 비용이 더 많이 들어간다는 게 우리 결론"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다만, 중국의 기술인재를 적극적으로 미국으로 유치하고, 중국에서 반도체 자립을 할 수 없도록 생산설비의 이전을 확실히 차단해야 한다고 한 대목에서 트럼프와는 다른 방식이지만, 바이든만의 강경 기조도 눈에 띕니다.
보고서는 중국, 외교 정책, 경제, 과학기술 전문가 28명이 1년여간의 토론 끝에 완성한 것입니다. 빌클린턴 행정부 시절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를 지낸 수전 셔크(현 UC샌디에이고대 교수 겸 21세기차이나센터장),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미 무역대표부(USTR) 부대표를 지낸 웬디 커틀러, 오바마 행정부 당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담당 선임국장을 맡았던 에반 메데이로스 등 미·중 관계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댔습니다. 보고서는 바이든 행정부 정책을 조각할 인수위원회 가이드(안내서)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화웨이 5G 위험하지만 전면 배제 불가능
보고서는 화웨이가 글로벌 5G(5세대 이동통신)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 '특별한 도전'이라고 평합니다. 현재 글로벌 5G 통신장비 시장 점유율 1위인 화웨이 글로벌 통신사와 90건 이상의 계약을 체결한 상태입니다.(2월말 화웨이 공식 발표 기준). 중국 국유은행 자금 지원을 등에 업은 화웨이가 다른 경쟁사 대비 저렴한 가격을 글로벌 통신사에 내세워 빠르게 세를 불릴 수 있었다는 게 이들 판단입니다.
화웨이 장비가 트럼프 행정부가 주장하는대로 이른바 '백도어(Back door: 인위적으로 만든 정보 유출 통로)'로 불리는 보안 위협이라는 데 보고서도 의견을 같이하고 있습니다. 화웨이 장비나 소프트웨어 등 숨겨진 백도어가 전 세계 곳곳에서 쏟아지는 주요 정보를 가로채 수집할 수 있고, 전쟁 등 극도의 갈등 시기에는 통신망 전체를 무너뜨릴 수도 있다는 우려입니다.
보고서는 일부 국가에 화웨이 장비 배제를 압박하고 있는 것이 불가피하다면서도, 화웨이를 글로벌 무대에서 완전히 배제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화웨이가 유일한 리스크도 아니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중국 부품, 유저 터미널, 소프트웨어 등이 5G를 이용하는 수십억명의 최종 사용자들에서 섞이는 만큼 화웨이 배제 효과가 제대로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에 군사용을 제외한 민간용 제품을 생산하기 위한 칩은 수출을 허가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또 장비시장에서 화웨이 배제보다 현재 이 시장을 과점하고 있는 화웨이, 에릭슨, 노키아, 삼성전자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소프트웨어 기반의 5G 서비스 육성을 대안으로 제시했습니다. 개방형 무선 엑세스망(O-RANM), 가상 무선 엑세스망(V-RAN) 등을 활용할 수 있다면, 더 많은 장비 사업자들이 진입해 자연스럽게 화웨이 의존도를 줄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노키아만 지원하고 있는 O-RAN, V-RAN은 통신사업자들이 여러 장비를 상호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원리로 작동합니다.
미국 자체적으로 '화웨이 대항마'를 육성하기 보다, 5G 시장에 경쟁자들을 더 많이 끌어들이는 방식만으로도 백도어나 미국의 오랜 골칫거리인 중국 기업들의 기술 탈취 시도를 어느정도 제어할 수 있다는 것이 이들 생각입니다.
중국 인재, 美로 끌어들이고 '中 반도체 자립' 확실히 막아야
지난 16일 발간된 '중국 도전에 직면: 기술경쟁을 위한 미국의 새로운 전략' 보고서 /UC샌디에이고 21세기차이나센터 트위터
보고서에서 눈에 띄는 또 다른 대목은 트럼프 정부가 5G에서의 치열한 경쟁 때문에 AI(인공지능)에서 중국에 과민 반응했다고 지적하는 대목입니다. 저자들은 여전히 AI 기술은 미국이 우위에 있으며, 중국이 주도하고 있는 것은 정부가 지원하는 안면인식 정도라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AI에 관한 글로벌 리더십을 유지하기 위해 좀 더 열린 비자 발급, 이민제도를 운영해 글로벌 인재를 적극 유치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미국은 전체 인구의 4% 중국은 18%에 불과한 만큼 나머지 국가 인재들도 적극적으로 미국으로 유치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미국 혁신기지인 실리콘밸리의 수학자, 컴퓨터 과학자의 절반 이상이 미국 태생이 아니며, 중국 출신의 유학생 중 90%가 미국에 계속 머물고 싶어한다는 점 등을 이유로 들었습니다. 중국은 인재 유치를 못하지만, 미국은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저자들은 대신 "출입국 관리를 단순히 완화하자는 것이 아니라, 중국 인재들이 기술이전, 지적재산권 도용을 할 수 없도록 검사 지원을 늘리고 비자 심사, 사후 입국을 위한 정보자원 향상을 통해 글로벌 인재를 안전한 방법으로 영입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첨단 반도체 공급망에서 '메이드 인 유에스에이(Made In USA)'를 위한 투자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했습니다. 미국 내 제조시설을 짓는 경우 인센티브를 제공, 미국과 우방국 기업들이 현지에서 공장을 짓고 최신 칩을 만들 수 있도록 공급망을 구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현재 최신 기술 칩을 만드는 장비는 미국을 비롯해 동맹국인 일본, 네덜란드에서 90%를 장악하고 있습니다. 이런 장비가 중국으로 흘러들어가 반도체 자립으로 이어지는 것을 확실히 막아야 한다고도 했습니다. 동맹국과의 연대를 통해 미국의 역량을 강화하겠다는 것이 바이든 당선인의 기조로 알려진 만큼 방향성에서 어느정도 일리 있는 보고서라는 게 업계 평가입니다.
'중국관련 News'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군 CCTV에서 중국 서버 연결된 악성코드 발견 (0) | 2020.11.26 |
---|---|
서울시내에서 중국 '위챗페이' 사용가능, 언제부터? 득과실? (0) | 2020.11.25 |
중국, 미국이 혼란스러운 틈에 미국 대신 리더쉽 발휘? (0) | 2020.11.23 |
중국, 코로나19 '중국 밖 발원' 주장 본격화 (0) | 2020.11.22 |
美 '죽음의 백조' 中 방공구역 떴다? (0) | 2020.11.18 |